소피스트
그리스 철학은 아테네에서 기원전 5세기말부터 4세기 후반 절정에 달하였습니다. 기존의 철학은 대개 자연을 대상으로 사물의 근본이나 원인을 연구하는 자연학이었으나, 이 시기에는 인간의 정신생활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대표적인 소피스트들로는 프로타고라스, 이소크라테스, 프로디코스, 트라시마코스, 히피아스, 고르기아스 등이 있습니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페리클레스 통치하에 민주주의 정치의 절정기를 이루며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이끌었습니다. 정치적, 군사적 중심지였던 아테네는 점차 민주정치를 발달시켜 나갑니다. 민주정치가 확립되면서 아테네 시민들은 정치참여가 가능하였는데, 자유 시민은 누구나 추첨과 윤번제를 통해 통치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법정에서는 자기 스스로를 변호해야 하는 민주제도 아래 처세를 위한 지혜로서 변론술이 요구되고 있었습니다. 이때 청년들에게 보수를 받고 정치 생활에 관련된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들이 바로 소피스트입니다. 소피스트들은 자신들이 시민적 덕과 처세술에 대해 교육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면서 시대적 조류에 편승하여 돈과 명예를 얻었습니다. 소피스트들은 지식인들이 가진 정치적, 문학적 문제들에 대해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자 노력하였으며, 그동안의 자연주의적, 우주론적 관심을 인간중심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만물을 구성하는 근본적 물질인 아르케를 찾던 것에서 벗어나 탐구의 대상을 인간의 문제로 전환하였으며, 윤리적 가치 기준에 대해서도 고찰하였습니다. 소피스트들은 윤리학을 과학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철학 체계 안에 통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으며, 수사학이나 문법론, 어학 등에도 큰 성과를 내었습니다.
대표적 소피스트
1. 프로타고라스 (Protagoras)
프로타고라스는 가장 유명한 소피스트 중 한 명으로, 플라톤은 프로타고라스가 소피스트라는 이름을 가장 먼저 사용하였다고 하였습니다.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주장하였는데, 이것은 사물에 대한 의견이나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며 따라서 사물의 참된 의미를 터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이 명제는 인간의 감각을 통해 모든 사물을 파악할 것을 요구합니다. 프로타고라스에게 있어 절대 진리란 없으며, 인간이 모든 것에 있어 기준이 됩니다. 지식은 물론 진리마저도 인간을 기준으로 하며, 사물과 지식은 모두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진리의 기준은 사물이 아닌 인간에게 있으며, 인간은 개별적인 까닭에 공통된 보편적 진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프로타고라스는 사물의 절대적 인식과 진리의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며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진리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 고르기아스 (Gorgias)
시칠리아 출신인 고르기아스는 대표적인 고대 그리스 철학자입니다. 고르기아스는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프로타고라스의 상대적 진리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극단적으로 회의주의적이었습니다. 우리의 말이 전달될 수는 있어도 사물 자체와 같지 않은 기호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보편적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관습을 무시하였습니다. 이러한 회의주의로 인하여 결국에는 철학을 그만두고 수사학으로 전향하여 사람들에게 설득의 기술을 가르쳤습니다. 고르기아스는 말합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존재는 존재하지 않으며 비존재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철학의 중심은 페르시아 전쟁 이후 아테네로 이동하게 되며, 소피스트들은 철학이 자연을 설명하는 것에서 인간의 문제로 그 방향을 바꾸도록 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소피스트 철학은 자유롭고 여러 가지 상대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적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소피스트들을 단순히 말의 기술을 사고팔았던 사람들로만 여길 수는 없지만, 철학을 변론술로 축소시키고 모든 가치를 상대적으로 취급함으로써 사상적으로 혼란을 야기한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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