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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

by 상냥한 앤셜리 2024. 3. 19.

데카르트(R. Descartes, 1596~1650)는 이성론을 창시하였습니다. 이성론은 경험론과는 상반되는 인식론적 관점을 가집니다. 경험론이 인식에서 경험적 지식과 경험의 역할을 중시한다면, 이성론은 이성적 지식과 이성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이성론은 보편성과 필연성을 가진 것을 참다운 지식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경험은 필연성이나 보편성을 보여주지 못하며 사물의 사실성만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이성론자들은 오직 이성에서만 보편성과 필연성을 찾을 수 있으며 올바른 지식은 이성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깁니다. 이성론은 이성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며,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게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였던 파스칼과, 인간은 사고하는 존재라고 하였던 데카르트의 말은 모두 이성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가 근대인을 이성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성론에서 기인한 것이며, 데카르트가 바로 그 이성론의 창시자입니다.

 

방법적 회의

우리가 데카르트의 회의를 방법적 회의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가 의심이나 부정하기 위함이 아닌 자기 철학의 기초를 확실히 갖추기 위하여 회의하였기 때문입니다. 데카르트는 확실한 어떤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철학을 세우기로 하고 스콜라 철학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대해 공부하였지만 확실한 것을 찾지 못합니다. 데카르트는 또다시 확실한 것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음에도 발견하지 못하자 자신의 이성의 힘으로 찾아보기로 하고 그 방법으로 의심을 택하게 됩니다. 그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도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자기 철학의 기초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데카르트는 먼저 감각적인 것을 의심하였는데 그것은 얼마든지 의심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는 물속에 있는 막대기가 굴절되어 보이는 것처럼 눈으로 보이는 세계가 실제 세계와 일치하는지 의심스러우며, 자신이 책을 가지고 난롯가에 있는 것 역시 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합니다. 다음으로 데카르트는 이성적인 것을 살펴보는데 이는 감각적인 것보다는 확실해 보이지만 수학적 지식과 같은 이성적 지식 역시 백 퍼센트 의심에서 벗어나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데카르트는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 중 의심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와중에 한 가지 확실한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무언가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생각하려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하여야 하며 의심하기 위해서는 의심하는 주체가 필요하므로 여기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가 탄생하게 됩니다. 확실한 것을 찾기 위한 그의 방법적 회의는 이러한 명제에 이르게 되고, 이것에 의하여 '생각하는 나', 즉 '정신적 존재로서의 나'라는 확실한 것을 찾게 됩니다. 따라서 데카르트는 확실한 존재인 정신을 기초로 하여 그의 철학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데카르트는 확실한 존재인 정신 안에 있는 관념들을 분석해 따져봄으로써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외래관념과 자작관념, 본유관념이라는 세 가지 종류의 관념들이 있습니다. 외래관념은 우리의 관념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감각을 통하여 외부에서 들어온 경험적 관념을 말합니다. 자작관념은 외래관념을 통해 만들어낸 관념으로, 용이나 인어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본유관념은 우리가 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타고난 관념입니다. 그런데 확실한 존재인 우리의 정신은 완전하고도 무한한 존재인 신의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은 우리의 감각으로 알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외래관념이 아닙니다. 또한 유한하고 완전한 존재가 아닌 인간이 무한하고 완벽한 신의 관념을 만들 수 없으므로 신은 자작관념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은 본유관념일 수밖에 없습니다. 데카르트는 무에서는 아무것도 만들어질 수 없고, 존재하는 것은 존재를 위한 원인이 있어야 하므로 신은 신의 관념의 원인이 되며 인간의 정신 속에 신에 대한 관념을 불어넣은 주체로서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정신 안에 신에 대한 관념이 있으니 그 원인으로 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러한 증명을 인과론적 증명이라고 합니다. 

 

데카르트는 신의 존재를 인과론적으로 증명했을 뿐만 아니라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같이 존재론적으로도 증명하였습니다. 신의 관념 속에 포함되어 있는 고유의 특성을 이용해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이 가진 특성으로 완전함을 들 수 있는데, 완전하다는 것은 존재라는 성질을 포함합니다. 그러므로 완전한 존재인 신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칸트는 이러한 데카르트의 존재론적 증명에 대하여 언어 조작이라며 반대하였습니다. 존재라는 성질을 완전한 존재의 관념에 포함되도록 개념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서 결론을 끌어냈다는 것입니다. 데카르트는 정신의 존재를 방법적 회의를 통해 증명하였으며, 정신 속에 있는 신에 대한 관념을 검토하여 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데카르트는 물체에 대한 증명에 대하여 만물의 창조주이며 속일 줄 모르고 성실한 존재인 신이 창조한 것이므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데카르트는 자기 철학의 바탕이 되는 확실한 것을 찾기 위하여 방법적 회의를 통하여 정신의 존재를 증명하였고, 정신을 통하여 신의 존재를 확인하였으며, 신의 존재를 바탕으로 물체와 세계의 존재를 증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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