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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베이컨의 우상론과 귀납적 방법

by 상냥한 앤셜리 2024. 3. 14.

베이컨의 과학적 방법 

베이컨은 경험적 방법과 과학적 정신을 강조하였던 영국 경험론의 선구자입니다. 그는 학자들을 연구실 밖의 대자연으로 나오도록 하였으며 사변적인 연역법 대신 경험적인 귀납법을 제공하였습니다. 베이컨은 과거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근대철학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생각과 방법이 잘못되어 있었기에 성취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베이컨에 따르면 과거에는 철학자들이 경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전제에서 출발하는 연역법에 기대거나 경험과는 관련이 없는 추상적 관념의 유희에 빠져 있었기에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경험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자연과학을 가장 모범적인 학문으로 보았으며 귀납법을 가장 생산적인 방법으로 간주하였습니다. 

 

우상론

베이컨에 따르면 우리가 그동안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망상을 없앤 백지상태일 때 비로소 세상으로부터 올바른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이것들을 우상이라고 하였는데, 우상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이 만들어놓고 받드는 공상적인 산물로 밝히고 있습니다. 베이컨이 나누어 놓은 우상은 네 가지 종류로서, 극장의 우상, 시장의 우상, 동굴의 우상, 종족의 우상이 있습니다. 이 우상들 중 동굴의 우상과 종족의 우상은 사람의 자연적인 성향에서 생긴다고 하여 자연적 우상이라고 하였으며, 극장의 우상과 시장의 우상은 인간들의 사회적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하여 사회적 우상이라고 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종족의 우상은 인간 모두에게 공통된 우상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인간성에 내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감각은 많은 경우 사물을 왜곡할 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각이 사물을 제대로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람의 이해력은 현상세계 바깥으로 나가려는 경향이 있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추상적인 사상체계를 가지게 되며, 이성보다는 의지에 쉽게 지배당하는 경향이 있어 바르고 참된 것보다는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더욱 중요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동굴의 우상은 개인들 특유의 우상으로 각각의 환경이나 습관, 성격, 취미, 교육 등으로 인해 생기게 된 개인적인 편견을 말합니다. 인간은 모두 자기라는 동굴에 살면서 그 동굴을 통해 사물을 판단하고 세상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베이컨은 '나'라는 좁은 개인적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객관적 관점에서 사물을 볼 것을 이 동굴의 비유를 통해 주장합니다. 세 번째 시장의 우상은 잘못된 언어사용으로부터 오는 오류를 말합니다. 언어는 두 가지 점에 있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데, 하나는 언어의 다의성에서 비롯됩니다. 말에는 뜻이 하나인 것도 있는 반면 여러 가지 뜻을 가지는 것도 있습니다. 이 언어의 다의성은 혼란을 야기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언어가 혼란을 일으키는 또 다른 이유는 언어에는 구체적 대상을 갖는 것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언어는 구체적 대상을 가진다고 여기는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베이컨이 이것을 시장의 우상이라고 부른 이유는 시장은 사람들이 모여 물품을 사고팔면서 많은 말을 하게 되는 장소이고, 또 말로 인해 분쟁이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인 극장의 우상은 기존의 사상체계나 전통적인 것, 또는 권위가 있는 것은 비판이나 반성 없이 받아들이는 데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말합니다. 따라서 극장의 우상은 전통적이거나 권위적인 것도 개선될 수 있으며, 그동안의 철학 체계 대부분이 경험적 근거가 아닌 이성적 유희에 따라 생긴 허구일 뿐이므로 성찰 없이 추종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베이컨이 이것을 극장의 우상으로 부른 이유는 극장에서는 허구인 것이 마치 실재인 양 상연되기 때문입니다. 

 

귀납적 방법

우상론이 우리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우상을 없애는 소극적 방법이라면,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적극적인 방법은 귀납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이컨에 따르면 사람이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법칙이나 체계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데 연역적 방법으로는 이것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연역적 방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체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연역적 방법에 따른 결론은 전제들로부터 끌어낸 것에 불과하므로 새로운 사실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베이컨은 자연으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끌어내기 위해 귀납적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베이컨은 귀납법을 통하여 열의 성질에 대해 밝히는데 세 가지 과정을 밟게 됩니다. 첫 번째로, 연구하려고 하는 현상이 일어난 사례를 모은 표인 존재표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열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면 태양이나 낙뢰, 불꽃 등과 같이 열을 가지고 있는 사례들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열의 성질이 됩니다. 두 번째로, 연구하려고 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례들을 모은 부재표를 만듭니다. 열을 예로 들을 경우, 달빛이나 반딧불과 같이 겉으로는 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지고 있지 않은 사례들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가지고 열을 가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점을 찾아냄으로써 열의 성질을 간접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하려고 하는 현상이 일어난 사례들을 정도에 따라 수집한 정도표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현상의 증감이나 강약과 같은 정도에 상관없이 항상 있는 요소들을 그 현상의 특성으로 보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베이컨은 열은 중심에서 주변부로 퍼지며, 높은 곳으로 급격히 움직이는 일종의 운동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베이컨의 귀납법은 일부 결함이 있었음에도 연역적 방법을 대체할 방안으로 제시되었고, 실험이나 관찰과 같은 경험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근대과학의 발달을 촉발하였다는 점에 있어 큰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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