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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홉스의 국가론

by 상냥한 앤셜리 2024. 3. 17.

토마스 홉스(T. Hobbes, 1588 ~1679)의 국가론

경험과 지식의 효용성을 중요시했던 홉스는 영국 경험론의 선구자입니다. 그는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철학을 과학적으로 체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홉스가 철학사에 있어 크게 기여한 부분은 정치철학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스페인의 함대가 영국으로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놀라 홉스를 조산하였는데, 이에 대해 홉스는 자신이 공포와 함께 쌍둥이로 태어났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공포에 대한 인식은 그의 정치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홉스는 국가를 이루게 되는 심리적 바탕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안전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국가론을 전개하기에 앞서 인간의 자연 상태는 어떤 것이며 어떻게 국가를 형성하게 되는지, 무엇이 이상적인 국가형태와 통치권인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1. 자연 상태

홉스는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요 잔인한 동물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보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과는 상반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자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며, 사회는 인간의 본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성된다고 하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국가는 자연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홉스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잔인하며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홉스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자연권이 있는데, 자연권이란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온갖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자연권은 자연이 사람들의 모든 욕구를 만족시킬 만큼 풍부하고 무한할 때만 행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연은 그렇게 풍부하거나 무한하지 않으므로 사람들 모두가 자신들의 자연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홉스가 말하는 인간의 자연 상태는 전쟁 상태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이며, 무정부 상태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강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약자는 그렇지 못한데, 약자와 강자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칼에 의해서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나 법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힘이라는 자연법칙만이 있으며 이것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끝없는 공포와 다툼만이 있는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를 형성하게 된다고 홉스는 말합니다. 따라서 국가는 상호 간의 공포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홉스에 따르면 자연 상태는 인간의 이성이나 국가의 법이 힘을 잃으면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는 국가의 법과 인간의 이성 중 국가의 법을 더 중시하였는데, 법이 약화될 경우 사람의 이성 역시 마비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은 자연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하여 사회계약을 통해 국가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2. 국가

자연 상태에서는 이성의 명령으로 인하여 국가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성의 명령은 세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이성은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평화와 안전을 추구할 것을 명령합니다.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욕구가 아닌 이성의 지배를 받을 것을 명령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이성은 생명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자연권을 제한, 양도할 것을 명령하는데 이것을 계약이라고 합니다. 세 번째로 이성은 계약을 따를 것을 명령합니다. 계약은 그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강제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힘은 국가에서만 나올 수 있으므로 국가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홉스에 따르면 국가는 안전과 평화를 위하여 각 개인이 자신들의 자연권을 한 사람에게 양도하고 그를 중심으로 결속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의 자연권이 합쳐짐으로써 국가는 힘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국가를 홉스는 위대한 리바이어던(the great Leviathan)이라고 불렀습니다. 리바이어던이란 성경 욥기에 등장하는 매우 거대하고 강대한 바다 동물입니다. 홉스는 통치권을 가진 사람의 수에 따라 민주제와 군주제, 귀족제 세 가지로 분류하였는데 가장 좋은 것은 군주제라고 하였습니다. 이유는 군주 한 사람이 다스리는 형태이므로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가장 적어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일관된 정책을 강력하게 펼 수 있다는 점을 군주제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3. 통치권

홉스는 자연 상태를 극복하고 평화를 지키며 법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군주의 통치권이 아주 강력하고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연 상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시민들을 통합하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통치자의 행동이 국민들의 행동을 대신하는 것으로, 통치자의 의지는 각 개개인의 의지를 대표하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가에서는 모든 시민이 자신들의 자연권을 군주에게 양도하였으므로 통치자의 명령이 곧 법이요, 법은 곧 통치자의 명령입니다. 홉스는 "불공정한 법은 있을 수 없다"라고 하였는데, 군주가 만든 법은 곧 시민들이 만든 법과 같으며 시민들의 합의에 따라 제정된 법은 불공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군주가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하거나 위임된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도 시민들은 이것에 대해 판단을 내리거나 저항할 수 없습니다. 오직 군주만이 시민 안전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설사 통치자가 부정한 일을 저질렀을 경우에도 홉스는 그것이 통치자와 시민과의 문제가 아닌 통치자와 신과의 문제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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